자칭 뷰티 블로거인 입븐언니는 사실 패션 전공자이다. 오늘은 의류학과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포스팅이 되겠다. 의류학과에선 과연 어떤 옷들을 만드는 걸까? 학년별 커리큘럼에 따라 만드는 옷들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오늘 포스팅은 입븐언니가 졸업한 대학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며 대학마다 교육 과정이 조금씩 다르니 참고해서 봐주길 바란다.
<당시엔 엄청 싫어했지만 왠지 그리운 실습실>
패션 관련 학과는 크게 패션(의상) 디자인과와 의류학과로 나뉜다. 과 특성상 디자인이 붙는 대학은 미술 실기를 따로 치러야만 입학이 가능하고, 반면에 의류학과는 일반대학처럼 수능 또는 내신 점수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하다. 입븐언니는 후자에 속하는 의류학과를 졸업했다. 의상과 관련된 전반적인 학문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들은 의류학과를 지원하면 되겠고, 옷을 디자인하는 데에 좀 더 관심이 많은 학생분들은 실기를 따로 준비해서 패션디자인과를 지원하면 되겠다.
패션 전공자하면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만 배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왜냐하면 당시 의류학과 다닌다 하면 옷 좀 만들어달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옷 만드는 것 말고도 마케팅, 색채, 염색, 섬유, 복식사, 일러스트, VMD 등 정말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
이점 참고하시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년별로 만들게 될 옷들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1학년
<학교에서 사용하는 공업용 재봉틀>
그리고 1학년 때부터 옷을 바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 시기에 배우는 옷 만들기 관련 실습은 공업용 재봉틀을 좀 더 잘 다루기 위해 기초적인 봉제법들에 대해서만 배우는 정도다. 그나마 옷의 디자인적인 부분을 배우기 위해 손바느질 해서 인형 옷 크기만 한 옷을 만드는게 전부다.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2~3학년부터 실습 과제에 찌들어 살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 많은 1학년 때 미리 공업용 재봉틀을 손에 잘 익혀두길 바란다.
입븐언니는 기초 봉제를 건너뛰어서 2학년 때 많이 고생한 학생이었다. 생각해보니 4학년 되기 전까지 전공 실습을 듣는 내내 쭉 고생했던... 이런 선배 본받기 싫으면 열심히 배우시길...^^
2학년
<왼쪽 : 패턴뜨기, 오른쪽 : 광목으로 셔츠 만들기>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하고 패턴 그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옷의 바느질된 부분(솔기)을 뜯어보면 입체적으로만 보이던 옷이 사실은 조각조각들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조각들을 옷의 패턴이라고 부른다. 의복은 디자인에 따라 저마다 다양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신체 사이즈, 모양에 따라 기본적인 패턴에서 디자인과 크기를 변형시킬 수 있다.
제일 처음 만드게 될 옷은 바로 셔츠다. 셔츠는 의복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이 되겠다. 그다음엔 치마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다.(이때는 몰랐지. 셔츠가 제일 만들기 쉬운 옷일 줄은...)
옷 만드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되는 천은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광목이라는 천인데 한 마(보통 90cm x 110cm 정도의 사이즈)에 2~3천 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저렴한 천이다. 광목은 비싼 원단으로 옷을 바로 만들기 전에, 옷을 미리 만들어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치마를 만들 땐 지퍼와 슬릿, 주름 디테일을 넣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여기서 안감(핑크색 천) 다는 법도 배우는데 1학년 때 배웠던 손바느질법을 바로 여기에 써먹을 수 있다.
아쉽게도(?) 한 학기 동안 셔츠랑 치마만 만들지 않는다. 자비로운 교수님께선 이렇게 광목천을 활용해서 작은 사이즈로 다른 디자인의 옷도 만들어오라고 하시면서 끊임없이 과제를 내주신다.
위에서 배우게 되는 실습 과정은 전공 필수에 해당하고, 봉제에 관한 좀 더 세부적인 것을 배우는 과정이 따로 선택과목으로 있기도 하다.
사진 속에 중간중간 나오는 미싱은 공업용 재봉틀에 적응을 잘 못했던 입븐언니가 구입하게 된 가정용 재봉틀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조하시길!
의류 전공자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봉틀 부라더 캠퍼스 300
위에서 공업용 재봉틀을 언급했는데, 입븐언니는 2학년 때 복학+아는 사람 없어서 실습실 잘 안 가게 됨+공업용 재봉틀 못 다루는 이유 때문에 가정용 재봉틀을 구매한 학생이었다. 원래 미싱은 부라더 제품이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이노비스 10과 동일한 기능에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부라더 캠퍼스 300 미싱이다. 원래 가격은 64만 원 정도 하지만 학생이면 특별히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라 40만 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미싱이다. 구매한지 4년이 넘었는데도 입븐언니 엄마가 저 미싱으로 커튼을 만들었을 정도로 튼튼한 제품이다.(지금은 엄마가 더 미싱을 더 잘 다루신다.^^)
데님이나 네오플랜, 가죽같이 두꺼운 소재는 가정용 재봉틀로는 옷 만드는 데 무리가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길!
3학년
<광목으로 만든 바지 안 쪽, 청재킷 만드는 원단에 패턴 뜨기>
3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우리가 입을 수 있는 옷다운 옷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자기 옷을 만들어 입는 의류 학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3학년 전공 실습에선 재킷과 바지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바지는 재킷을 만들기 위한 손 풀기 정도의 워밍업 단계일 뿐, 만드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능력자 선배의 재킷 패턴>
바지와 재킷 만드는 과목 외에도 입체 재단이라고 해서 패션쇼를 위한 준비 과목이라 불리는 전공 과목도 있다. 입체 재단에선 패턴을 먼저 그리고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입체 모형에 옷감을 드레이핑 해서 필요에 따라 디자인해본 다음 그것을 다시 패턴으로 옮겨서 옷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이 과목 같은 경우엔 듣는 학생도 많이 없었고 거의 바느질 능력자들만 들었던 과목이기도 하다. 4학년 때 패션쇼를 준비할 학생이 있다면 반드시 배우길 바란다. 실제로 패션쇼를 준비했던 친구가 이 과목을 못 들어서 많이 아쉬워했다.
4학년
<입븐언니가 전공 수업에서 만든 한복>
패션쇼를 준비하는 과목 빼고는 4학년 전공엔 실습 과목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그나마 배우는 실습이 염색과 소재에 관련된 과목이다.
이건 다른 의류학과 교육 과정에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입븐언니가 다닌 학교의 전공에는 한복 만드는 과정도 포함돼있었다. 한복 만드는 수업은 나름 의류학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한복은 만들 수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듣게 된 과목이다. 한복 만들기는 원래 3학년 때 배우는 과정이지만, 담당 교수님의 요구 사항으로 특별히 2학년 전공 실습에 들어가게 된 과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옷들의 디자인은 거의 대부분이 서양 복식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한복은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드레이핑 되는 것이 아름다운 우리 전통 의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도 2~3학년 때 배운 옷들(서양 의복) 과는 달랐고 패턴 구성도 많이 달랐다.
한복 수업은 개인적으로 옷 만드는 수업 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들었던 과목이다. 만약 전공 중에 한복 만드는 수업이 있다면 꼭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졸업 패션쇼
패션 학과의 꽃은 바로 졸업 패션쇼다. 패션쇼는 보통 4학년 1학기부터 준비하기 시작한다. 입븐언니가 다닌 의류학과 같은 경우엔 4학년인 학생 50명을 기준으로 패션쇼를 준비하는 학생은 10명 안팎이었다.(듣는 사람이 적다보니 한 사람당 옷을 두 벌씩 만들어야 했다.) 취업률을 많이 신경 써서인지 2년 전 입븐언니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만 해도 졸업 패션쇼는 졸업 필수 요건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다.
<조각보를 응요한 삼각 베개 만들기>
의류학과라고 해서 옷만 만들지 않고 이렇게 소품도 만든다. 4학년 땐 참 여유를 가지고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것을 이것 저것 만들어봤던 것 같다. 당시 컬러리스트 자격증 공부를 한창 하고 있을 때인지라 여러 가지 색을 다뤄보고 싶어서 조각보를 응용해서 베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의류학도들에게 꼭 필요한 원단 시장, 상점들
입븐언니가 다녔던 대학은 대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에 필요한 원단을 구입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서울에는 원단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나 상점들이 많은 반면, 다른 소도시 주변엔 원단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는 서문시장, 부산은 진시장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혹시나 대학에 가서 옷을 정말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입학하기 전에 대학 위치도 고려해보길 바란다.
<왼 : 입븐언니, 오 : 친구가 만든 인형>
사실 이건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동기들로부터 한소리 들었던 사진인데 입븐언니의 바느질 수준은 원래 왼쪽에 인형 얼굴을 겨우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오른쪽은 친구가 만든 인형이다.) 부끄럽지만 이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하기 전에 의류학과를 지원하는 데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후배분들을 위해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이다.
입븐언니의 경우, 옷을 만들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데도 옷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의류학과를 지원해도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입븐언니는 처음에 사진 속 봉제 인형 수준의 바느질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바느질 실력이 많이 늘었고, 의류학 4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도 했다. 또한 학교를 다니면서 양장기능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바느질(재봉) 실력이 많이 늘게 된 후배, 동기, 선배들도 있으니 의류학과를 지원하기 전부터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이 의류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입븐언니의 다른 패션뷰티 정보글
'Fash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꿀팁 모음 (14) | 2018.05.09 |
---|